이세돌: 나는 운이 좋았다. 십번기가 없었다면 내 프로 기사 인생은 거기서 멈췄을지도 모른다. 나는 새로운 형태의 승부를 원했다. 승리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다시금 느끼게 해줄 그런 대국. 2013년은 힘든 시기였다. 2009년에 휴직한 뒤로 바둑계에 대한 애정이 식었기 때문이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십번기 덕분에 모든 것을 쏟아붓던 예전의 마음가짐을 되찾을 수 있었고, 그 점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 승패를 떠나 그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행복이고 감사함이었다.
대중에게는 알파고와의 대결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십번기는 알파고와의 대결만큼이나 중요한 대국이었다.
나는 구리 9단과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우리는 나이도 비슷하고 생일도 꽤 가깝다. 그런데도 구리는 항상 나보고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웃음). 그 정도로 친하다.
우리는 십번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생각해? 솔직하게 말해 봐.’ 구리는 나보다 조금 더 걱정이 많았고,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바둑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고 각자 나름의 성취를 거둔 상태였다. 굳이 우리 사이에 승패를 가려야 할까? 십번기라는 잔혹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줄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럼 5대 5로 비기면 되지!’ (웃음). 당시 우리는 호텔 방에 있었는데, 누구 방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통역사도 함께 있었다. 내가 그 말을 꺼내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구리 9단도 ‘그래’라고 동의했다.
메모에 의존한 전사라 워딩 정확하지 않음
클래스101 《이세돌, 바둑의 끝》 · 𝕏 공유
이세돌은 말만 많던 구리 9단과의 ‘세기의 10번기’에 대해서는 파이트머니만 충족된다면 언제든 나설 뜻이 있다고 얘기했다. 만족할 만한 대국료는 ‘승자 독식 15억 원’이다. 누구든 지면 바둑계를 떠나야 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는 만큼 그 정도는 돼야 승부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질문: 요즘 구리–이세돌 십번기가 외부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세돌 쪽이 훨씬 기세가 강해 보인다. 참가 조건에 대해서는 너무 욕심이 없는 것 아닌가?
구리: … (생략) … 그 사람은 스스로를 막다른 곳으로 몰아붙이는 걸 좋아한다. 사실 나는 그와 바둑을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인터넷으로 둔다고 해도 안 될 것 없다. 시합 조건에 대해서 우리도 좀 대국다운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조건은 합리적이기만 하면 된다.
시나 블로그 · 摆渡人 · 2013.04.18 · 𝕏 공유
기자: 상금 승자 독식에 대해, 이건 이세돌이 제안한 건가, 아니면 두 사람이 상의해서 정한 건가?
구리: 그의 성격에 잘 맞는 방식이다.
2014.01.26
중국 베이징(北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