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 《이세돌 구리 격전보》 구리, 장다융 · 𝕏 공유
2004년, 중국 바둑 갑조리그의 우승컵을 수년째 독차지하는 충칭팀, 그리고 그 중심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며 팀을 이끄는 스물한 살의 중국 랭킹 1위 구리 7단. 구이저우팀은 충칭팀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한국 사대천왕급’ 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세계대회 3회 우승자 이세돌 9단을 용병으로 영입하여 큰 화제가 된다.
이세돌 9단은 왕레이 8단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은 중국리그에서 평균 정도의 성적을 냈을 뿐이다. 나는 어느 정도인지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고 동기를 말했다고 한다.
왕 8단은 이 밖에도 후야오위, 쿵제, 구리 등의 비슷한 연령대 중국 기사들과 교류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중국리그란 과연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 및 적지 않은 대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이세돌이 초기에는 사람들을 매우 놀라게 만들었는데, 제6라운드와 제8라운드에서 각각 류싱과 셰허에게 패한 것이다.
《용연》 구리, 장다융 · 𝕏 공유

“2004년도 갑조리그가 어제 다시 막을 올렸다. 한국의 ‘불패소년’ 이세돌이 구이저우 커쑤팅을 대표해 처음 갑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세돌은 베이징 신싱디찬팀의 류싱에게 반집 차로 어리둥절한 패배를 당했고, 구이저우팀도 결국 0대4로 난처한 완패를 당했다.
한국 ‘4대 천왕’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중국 바둑리그에 진출한 이세돌은 ‘데뷔전’을 망친 탓인지 분명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얼굴이 창백해진 그는 가볍게 손을 저어 언론 인터뷰를 사양한 뒤 혼자 휴게실로 들어가, 홀로 천천히 그 바둑을 ‘되새겼다’.”

승리한 셰허는 여전히 평소처럼 침착했다. 말없이 이세돌 곁에서 계가하고 복기했다. 반면 이세돌은 패배라는 결과를 다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통역을 곁으로 불러 심판의 계가를 자세히 지켜보며, 마치 아직도 기사회생의 기회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이세돌은 낙담한 채 대국장을 떠났다. 아마 바둑에서 진 것이 민망해서였는지, 팬들이 사인을 부탁하며 내민 부채조차 받지 않았다.